[손원임의 마주보기] 뇌의 현주소
나는 교수로서 재직시에 수업 이외에도 다양한 선발 심사 위원회에서 일했었다. 대학교 위원회들은 다른 취업 인터뷰들과 마찬가지로, 특정 심사위원들이 미리 합의한 질문들의 목록을 작성하고, 후보들이 얼마나 이에 답변을 잘하는지 경청하며 기록하고, 그 평가를 종합하여 결정을 내린다. 내게 뇌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한번은 어떤 교수가 교육학과 학과장 직책에 지원했는데, 위원진의 질문에 “뇌는 유아기의 성장 후 나이가 들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멈춘다”고 확답하는 바람에 어안이 벙벙한 위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게다가 ‘교육학과의 발전을 위해서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아침에 사무실에서 교수들과 커피를 마시며 화합을 도모하겠다”고 해서, 사실상 어느 정도 평가시에 마이너스로 작용했었다. 그 당시 위원진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조성도 좋겠지만, 아주 단순한 답변보다는 좀 더 구체적이고 창의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원했던 것이었다. 나는 뇌를 미국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옥수수밭 미로인 콘메이즈(corn maze)에 비유하고 싶다. 물론 아이들의 놀이를 위해서 어느 정도 단순하게 디자인한 경우는 다르겠지만, 대체로 높이 높이 솟은 옥수수 미로 그 자체는 모르고 들어가면 제대로 길을 찾아 못 나올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다. 정신을 놓고 제대로 시시각각 초집중 하지 않으면, 여지없이 길을 잃고 헤매다가 두려움에 휩싸이기 쉽다. 이렇게 미로와 같은, 아니 미로보다 훨씬 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뇌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불분명하게 애매한 점이 너무나 많다. 인간의 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아주 밀접하고 세밀한 상호작용들은, 신비와 경이 그 자체다! 우리는 흔히 뇌를 컴퓨터에 비유한다. 뇌 안에서는 뉴런과 신경아교세포 등 간의 신경 전달 과정이 병렬적 연산처리방식으로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 환경으로부터 받는 수많은 정보를 매우 빨리 엄청난 속도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뇌는 다양한 차원에서 ‘고등정신기능(higher mental function)’을 할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뇌는 수면 시간 중에도 쉴 새 없이 돌아간다. 특히 뇌는 우리가 내리는 결정이나 장기기억 처리 과정 등에 관여하며, 우리의 전신과 마음, 생각과 감정, 감각 처리를 주관한다. 이러한 뇌의 기능을 오스미 노리코는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는 뇌과학 강의』(2024)에서 “우리의 정교한 뇌와 신경은 바깥 상황을 인지해서 적절한 반응을 보일 뿐만 아니라 무의식 수준에서 생리 상태를 유지하고 복잡한 정신 작용이 이루어지는 기반을 마련한다”고 썼다. 그러면 도대체 뇌의 현주소는 어디에 있을까? 지금까지 타당성이 입증되었고, 위의 책에서도 언급된 몇 가지를 들어보자. 우선, 인간이 노화해도 뇌세포의 생성량은 감소하지만, 그래도 뇌의 신경세포는 계속 만들어진다는 희소식이다. 둘째, 뇌의 기관들 간의 상호 연관성이 밝혀짐에 따라, 좌뇌형/우뇌형 인간의 구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졌다. 교수시절 나도 그랬듯이, 많은 교수들이 한창 대학 교과서들에 실린 좌/우뇌 이론에 따라, 좌뇌는 감성적이고 우뇌는 논리적이라고 가르쳤었다! 셋째, 뇌와 신체 기능과 컴퓨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뇌과학의 기술 발전은 일반인과 장애인 모두에게 의사소통과 생활기능에 보다 다양한 혜택을 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 예로 최첨단 AI 장비와 BCI(Brain Computer Interface) 등을 들겠다.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한 수수께끼 같은 인간 뇌, 즉 지성과 감성의 뇌에 관한 수많은 신비를 벗겨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미로와 같은 미묘하고 난해한, 그리고 창조적이고 오묘한 인간의 뇌에 관한 과감하고 개혁적인 연구들은 계속해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미래의 우리에게 더 밝고 분명한 뇌 청사진을 보일 것이다. (전 위스콘신대 교육학과 교수, 교육학 박사) 손원임손원임의 마주보기 현주소 대학교 위원회들 옥수수 미로 특정 심사위원들